[러시아사] - 제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라스푸틴과 1917 러시아 혁명

[러시아사] - 제 1차세계대전과 러시아, 라스푸틴과 1917 러시아 혁명

제1차 세계대전은 장기적으로 벌어진 최초의 군사충돌로, 유럽의 사회 경제뿐 아니라 그간 축적된 기술과 기계화 된 군사력, 인력이 맞붙어 충돌한 전례없는 전쟁이었다. 전화의 소용돌이는 유럽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러시아는 물론 어느 국가도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폭력이 그들을 감싸나갔다. 

 

전쟁이 발발한 직후 러시아 내부의 항의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중의 적대감은 그들의 적인 외부를 향했다. 그러나 이러한 애국주의적, 민족적 단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독일에 대한 적개심이 차르정부에대한 충성심으로 환원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전에 있었던 국민을 정부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차르정부의 태도와 더 이상 이를 좌시하지 않는 러시아 내부의 국내 정세와 큰 관련이 있었다. 

모신나강을 장비한 러시아군

 

러시아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전쟁이 파국인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낀 것은 러시아군의 전사자 수 였다. 전쟁 개시 5개월만에 러시아군은 40만에 달하는 병력을 잃었고, 100만에 가까운 병력이 부상을 입었다. 새롭게 충원되는 신병들은 제대로된 훈련도 받지 못한채 전선에 배치되었고, 이는 이들이 전선에 배치되자마자 전사하는 악순환으로 돌아왔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은 인력손실에 국한되지 않았다. 러시아 경제는 파탄을 향해 갔다. 우선 러시아군에서 소비하는 총과 군수품, 피복과 식량은 금새 동이났다. 당시 러시아 육군의 제식소총인 모신나강 소총은 엄청난 양이 보급되었지만 비숙련 전투인원에 의해 바로 손실되기 일쑤였다. 얼마나 많은 손실이 있었는지 독일군은 러시아군에게 노획한 모신나강 소총을 제식병기로 체택해서 활용할 정도였으며 러시아는 자국생산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서 프랑스와 미국에게서 총을 생산해 보급해야만 했다. 

1914 타넨베르크 전투 - 러시아군은 프로이센 군에 패배하여 패퇴하였다.

 

이러한 보급상황은 러시아군의 약화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1915년 중반 무렵에 러시아군의 25퍼센트는 제대로된 무기도 없이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그들은 전사자의 무기를 주워쓰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 이러한 명령에 대해 병사들은 자신들이 군인은 커녕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차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되었다. 1915년 봄부터 러시아군대는 계속해서 퇴각하고 있었으며, 이는 전술적으로 계획된 퇴각이 아닌 적군에 의한, 수동적인, 탈영 등에 의한 것이었다. 

 

러시아군의 엄청난 물자소모와 패퇴는 러시아 내부경제도 붕괴시켰다. 징병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기본적인 소비 물픔의 공급부족, 이에 따른 물가상승, 정부의 전쟁 채권 남발은 식량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도시 하층민들에게 가파른 물가상승은 생존의 위협이었으며, 결국 수도인 상트페테부르크(*당시 페트로그라드)에서까지 공급부족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이 꾸준히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당시 경찰의 보고서는  하층계급의 폭동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라스푸틴 풍자화

혼란한 상황에서 차르정부는 하층민의 불만을 수습하고, 내부의 국력을 모아 고착화 된 전선을 타파해야했다. 그러나 차르정부는 계속해서 정치적인 실수를 범했다. 국가자원을 동원할때 여전히 관료주의적이고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고, 일시로 점령한 지역에 대해서도 주민을 억압했다. 상황이 악화되어감에도 니콜라이 2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을 농민출신의 성자 라스푸틴에게 의지해 해결하려 했다. 그 결과 많은 러시아인들은 독일인 황후의 정부가 러시아를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정부를 향한 불만은 결국 라스푸틴에 의지하는 황제를 보면서 폭발했다. 라스푸틴에 대한 소문과 행실을 참다못한 일부 극우파 귀족은 러시아를 구원하기 위해서 라스푸틴을 암살하고 궁정 쿠테타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보다 대중 혁명이 먼저 발생했고, 러시아의 정국은 혼란스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