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 1920년대 워싱턴 체제와 다이쇼 데모크라시

1920년대 워싱턴 체제와 다이쇼 데모크라시

1920년대는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정치적 변화와 국제적 관계를 형성한 시기였다. 이 시기의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민주화의 흐름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일본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워싱턴 체제가 형성되면서 일본의 외교정책과 국제적 위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먼저, 1920년대 일본의 국제적 관계에서 중요한 사건은 바로 "워싱턴 체제"의 수립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 사회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다. 1921년부터 1922년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회의'는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여 군비 축소와 아시아에서의 영토 문제 해결을 논의한 중요한 회담이었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서방 열강들과 함께 군비 축소에 동의하고,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토와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로 1922년에 체결된 '4개국 조약'과 이를 확대한 '9개국 조약'은 일본의 군사적 팽창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영일동맹 폐기에 의해 야기되던 일본의 외교적 고립을 피하고 국제적 위상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워싱턴 체제는 일본에 두 가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일본은 국제적인 군비 축소를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대외 팽창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일본은 여전히 중국과 만주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조약을 존중하는 동시에 뒤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추구했다. 특히 1920년대 후반 일본은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륙 침략을 시작하는데, 이는 워싱턴 체제의 규범을 일시적으로 무시한 행동이었다.

둘째, 워싱턴 체제는 일본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0년대 일본은 외부에서 오는 국제적인 압력과 내부적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들에 의해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일본은 군국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엘리트와 보다 민주적인 성향을 가진 민간 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는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다이쇼 데모크라시는 다이쇼 시대(1912-1926) 말기에 나타난 민주적 개혁과 정치 참여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일본 내에서의 선거권 확대와 언론 자유, 정당 정치 활성화 등의 변화로 구체화되었다.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선거권 확대와 정치의 민주화였다. 1925년에는 '보통 선거법'이 제정되어 성인 남성에게 보편적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이는 일본의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 민주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정당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일본 내에서의 정치적 경쟁이 치열해졌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세력과 보수적인 세력 간의 충돌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적 흐름은 군부의 영향력과 일부 보수 세력의 저항에 의해 제약을 받았고, 결국 1930년대 일본의 군국주의적 경향이 강화되면서 '다이쇼 데모크라시'는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게 되었다.

 

1920년대 일본의 외교 정책은 워싱턴 체제의 규제와 일본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다소 제한된 군사적 수단을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은 국내적으로는 민주적 요소가 강화되는 시기로, 정당 정치와 선거제도의 확대가 이루어졌고, 일부는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게 되었다.

 

결국 1920년대 일본은 다이쇼 데모크라시와 워싱턴 체제 속에서 국제적인 제약과 내부적인 민주화의 갈등을 겪으며, 1930년대 군국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시대적 전환점을 맞이했다.